2021 무꼬수린 아니고,

2021. 4. 7. 13:30카테고리 없음

그해 겨울.

2020년 자의가 아닌 타의로 너무 많이 놀아서, 열심히 일 좀 하려 했더니

또 쉬라고 했음.

 

 

팔팔했던 시절 걸어 다니었던 걸 생각하고 하루 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새벽 첫 열차를 타고 팔당역으로 감.

평일 첫 열차에 사람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 많아 깜놀.

서울에서 배낭 메고 걸어서 고성 통일전망대를 9일 만에 간 기억으로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음.

 

 

추웠음.

미세먼지 최악임.

그렇게 20Km를 걷자, 퍼짐.

뚝섬부터는 거의 기어 옴.

40Km 걷는데 8시간 30분 걸림.

아! 이제 무리라는 것을 느낌.

 

 

그래서 짱박히러 개인산에 감.

공기 좋고, 사람 없음.

 

 

개귀욤 동자가 이만큼 컸음.

그리고 물 뜨러 가는거임.

 

 

약수는 역시 개인약수.

 

 

산에서는 역시 닭갈비.

동자에게, 다음에 개껌 사 간다고 약속함.

 

 

 

꼬막이 제철임.

쪼그려 앉아서 꼬막 깜.

역시 세상엔 맛난 것이 많음.

 

 

만사 귀찮은데,

칼은 바꿨음.

칼 엄청 좋음.

 

 

천장 보고 누워있으면 정신병 올까 봐,

매일 15Km씩 걷기로 했음.

이 정도는 그냥 걸을만함.

마스크 쓰고 걸으니, 얼굴은 따뜻하고 좋음.

마스크의 순기능.

 

 

새벽 3시에 일어나 함백산에 감.

사람 없는 시간에 가려고 일찍 갔는데,

진짜 1도 없음.

얼어 죽을뻔함. 

 

 

걷기 싫은 날은, 고물 자전거를 타고 40Km씩 달림.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분노의 페달질을 하다가 전화기 떨어뜨려 액정이 운명하심.

액정 수리비가 225,000원 나옴.

그러나 보험이 있었음. 

21,000원에 선방함.

 

 

일을 안 하니까 아침 7시에 일어남.

이게 더 미침.

그냥 혼자 미쳐 날뛰는 거임.

 
너무 쉬니까,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도통 알 수가 없음.

 

3주 열심히 쉬었는데 또 쉬라고 연락 옴.

계속 쉬니까, 일하기 싫음.

도대체 올해 북한산을 몇 번이나 오르는 건가.

이날은 영하 14도였는데, 북한산에서 딱 세명 만났음.

내가 볼 때, 세명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음.

이렇게 사람 없는 북한산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정 지었음.

 

 

산은 더 추웠음.

쉬면 땀이 식을까 봐, 뛰다시피 내려옴.

 

 

성북동에서 북악산 찍고 인왕산 찍고 안산 돌아서 집에 오면 15Km 걸림.

만만해서 몇 번 걸었음.

해 질 녘에 이 코스가 짱 멋짐.

 

 

그때, 그 집.

오늘은 밥 먹고 산에 가기로 마음먹음.

 

 

스타벅스는 역시 강화도 스타벅스임.

 

 

분명 늦은 밤에 눈이 온다고 했음.

기상청을 믿고 산에 오름.

 

 

저 멀리 주문도와 볼음도 그리고, 말도가 보임.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눈이 옴.

아직 밤 아닌데?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음.

갈 때는 한 시간, 올 때는 네 시간 걸림.

오래간만에 심장 쫄깃하게 운전했음.

 

 

작년에는 눈이 달랑 한번 개미 오줌만큼 왔는데,

이번에는 꽤 많이 내림.

 

 

우리 동네 눈사람 아티스트들이 넘쳐남.

며칠 후

또, 눈 내림.

저 멀리 보이는 주문도, 볼음도, 말도.

또 갔으니까, 또 보이는 거임.

멘탈이 깨지기 일보 직전의 남자 셋이 짬뽕 먹으러 감.

자꾸 쉬다 보니, 같이 쉬는 사람들이 모두 제정신이 아님.

짬뽕 먹고 덕유산 갔더니, 온 동네 사람들 다 모여있음.

나만 짱 박혀있었음.

나만 거리두기 하고 있었음. 이런 젠장.

뭐 이래?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산에 가려다 포기함.

그냥 눈밭에서 구르다 옴.

아저씨 셋이서 눈사람 만듦.

사진은 저리 보여도 약 80Cm짜리 눈사람임.

신나게 쉬었더니 6주가 지났음.

일하라고 해서 코로나 검사 받음.

면봉이 뇌까지 들어오는 것 같았지만 참을만했음.

(지금까지 7번 받았음.)

 

또 눈이 옴.

작년과 정반대임.

스스로에게 큰일이 있은 후에,

자아를 찾아 산에 갔음.

새벽에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맑았는데...

도착하니 눈이 옴. 가는 날이 장날임.

자아는 따뜻한 방에서 찾는 걸로.

무작정 오르는 거임.

걷고 또 걷고...

여기는 등산 블로그가 아님.

스님들과 나만 있었음.

그러니까 내가 1번으로 간 거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앞으로도 못 볼 광경임.

나의 비밀의 정원 앞.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감. 춥고 미끄럽고 눈 왔음.

가장 좋아하는 오솔길.

등산 블로그 아님.

책이 와버렸음.

그렇다면 이 시기는 내가 무꼬 수린에 가는 시기임.

그런데 또 못 감.

내년에는 갈 수 있겠지.

친구들이 사진 보내줬는데,

마이응암에도 글램핑이 되도록 빅텐트 3동이 설치됐음.

심지어 텐트에 에어컨도 설치됨.

뷰 맛집을 발견한 무늬만 기독교인.

의사 선생님의 권유가 아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작된 금주. 

내가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궁금함.

하루가 이틀 되고, 이틀이 나흘 되고,

나흘이 한주, 두주, 석주가 흐를 때쯤....

뜬눈으로 지새우다 산으로 도망감.

일종의 부작용임.

밤길과 새벽길을 뚫고 도착한 눈꽃 밭.

잠시 바닷속으로 착각함.

수린을 못 가니,

산에서 산호를 보고 있음.

해마다 무꼬 수린 대신 비슷한 무언가를 찾고 있음.

내년에는 갈 수 있겠지 뭐.

등산 블로그 아님.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주목 할아버지 오늘도 꿋꿋하게 서있음.

당분간 이런 퀄리티의 눈꽃 구경은 힘들듯.

그리고

블랙아이스를 뚫고 달려간 곳은

다름 아닌,

입장료 사천 원과, 잠시 주차료 사천 원의 낙산사.

불나고 더 커진 듯.

의상대 벤치도 잘 있음.

 

더 이상 볼 것이 없어서,

추천작으로 뜨던 '나의 아저씨'를 보다 보니 익숙한 그곳이 나옴.

아, 여기가 거기였네. 

빌딩 숲 사이에 숨어있는, 이질감 있는 동네라서,

운동하다가 자주 갔는데, 이렇게 보니 놀랍고 반가움.

나의 아저씨는 재미있었음.

매일 모여 술 먹는 아저씨들이, 이 시기에 제일 부러웠음.

지금까지는 개나리가 지고 벚꽃이 피었는데,

올해는 개나리랑 동시에 벚꽃이 핌.

40년 지나면 우리 밭에도 망고 달릴 듯.

아버지의 2대 숙원 사업 중 하나가 끝이 났음.

나이가 들면, 더욱더 그런 것 같음.

나도 그렇게 변하고 있음.

이제 우리 아버지의 숙원 사업은 딱 하나 남았음.

언제 해결될지는 아무도 모름.

 

그리고, 그렇게 나는 20년 만에

50일을 금주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움.

맨 정신에 사는 것도 해볼 만 하지만,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음.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곳에 있었음.

 

끝.